며칠 동안 날씨가 좋더니
다시 비가 온다고 하네요.
그간 좋은 날씨에 봄이 성큼 다가와
이제 분홍노루귀까지 피었는데.
어제는 같은 마을 출신 선생님들의 모임인
교우회 총회에 갔다가 너무 권하는 바람에
술을 좀 했더니 목이 좀 아프네요.
오래가는 감기라 하더니 장난이 아닙니다.
♣ 노루귀꽃 숨소리 * 山詩·23 - 이성선
늦은 저녁 산에 귀 대고 자다
달빛 숨소리 부서지는
골짜기로
노루귀꽃 몸을 연다
작은
이 소리
천둥보다 크게
내 귀 속을
울려
아아
산이 깨지고
우주가 깨지고
♣ 연분홍 사랑* - 김종구
하늘과
땅은
천년, 만년 같이 살면서도
"사랑한다" 이 말은 차마 못하고
서로 보이지 않으면
번쩍번쩍 찾다가
우렁우렁 울다가
함께 젖어서는
그리움 전하는 빗줄기에
잠깐, 잠깐
수줍은 미소로 답하고 있다
♣ 분홍장미 - 안수동
그대
입속으로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만으로 벌써 수줍고
언뜻 스친 그림자에도
콧등 짜릿한 첫사랑
그 떨림
하얀 목선에 소롬 돋은 달콤한
너무도 달콤한 첫 키스의 전율
온 밤 내내 그리웠던 사랑 앞에서도
차마 고백 못하는 그리움의 색깔
어느 날 어느 곳에서
부르면 금방 뛰어 갈 불 켠 촛불로
그대 향해 엷게
♣ 분홍신 신고 - 노혜경
난 왜 발목에 집착할까
그 강을 건너올 때도 강물은 보이지 않고 발목만 보여
몸이 무거운 것은 즐거움이라며
내 몸은 강 이편에 쌀자루처럼 남아
퍼내도 퍼내도 아직 남았다는 듯 널부러지는데
가뿐히 앞서 가는 내 멋진 발목.
결국 우린 헤어지겠지
내 발목과 나는 남남이 되겠지
얘, 날 데리고 가렴
오오, 언니는 너무 무거워
싸우다 말고 훌쩍 건너가 버리는
내 발목이 정말 나를 버린 걸까
하다 보면 어느 새 데리러 오고
어느 새 헤어져 있고
♬ Woodland Echoes(숲의 메아리) - Addison P. W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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