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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처님께 올리는 붓순나무

ehkoang은희광 2008. 4. 23. 22:26

 

어제는 90여 명의 탐문회 회원들을 모시고

봄이 오는 길목인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 지역의

해안선을 돌며 답사를 했다.

가는 곳마다 봄꽃이 활짝 피어 탐방객을 즐겁게 했다.


그제 저녁부터 시작된 비가 밤을 넘겨 아침까지 이어지자

7시부터 쉬지 않고 답사 실시여부를 전화가 빗발쳤다.

걱정한 것과는 달리 월라봉 감귤박물관에 도착하는 순간

예정이나 한 것처럼 비가 멎어서 좋은 답사를 할 수 있었다.


붓순나무는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붓순나무과의 상록관목으로

가시목, 발갓구, 또는 말갈구라고도 불리는데

잎은 어긋나고 딱딱하며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잎에 털이 없고 혁질(革質)로 광택이 있다.


꽃은 4월에 피고 녹색빛을 띤 흰색이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씨는 타원형인데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독이 있다.

생가지를 부처 앞에 꽂으며,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산소 옆에 심으면

귀신이 범접하지 못한다 하여 산소 주위에 심고 관 속에 넣기도 한다.

 

 

♧ 붓 하나 있지요 - 권애숙


 붓 하나 있지요. 정수리 그득 끈끈한 고뇌를 채운 채 깊고 뚜렷이 디디고 가는 발자국, 움푹 패인 상처마다 뭉클하게 진국 풀어놓는 이 시대 못 말리는 길손이 있지요. 가슴께 불룩한 정감의 방 넓혀 놓고 차가운 이성으로 여는 세계, 먹물은 밥풀로  문질러야 말끔히 지워지더라. 우리 끈적한 밥덩이로 치대면 허허허 검은 갈등을 게워내는 푹 젖고 싶은 수묵 빛 사랑이 있지요. 우리 알 수 없는 희열에 들떠 찬연히 살아 꿈틀거리는 문자가 되지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깊은 화폭에 출렁이는 한 폭 그림이 되지요. 때때로 무거운 몸 씻어 쫙 펴 말리는 붓 대롱 곁 칭얼거리는 여백으로 드러눕지요. 한 자루 색다른 붓으로 엮이어 허공을 칠 할 수 있을 까. 부드럽게 깃털을 다듬지요. 부챗살 날개 퍼덕여 둘둘 말아올릴 세상 끝자락 선명한 낙관을 찍자 온밤 온낮을 두근거리지요.

 

 

♧ 새 붓을 걸어놓고 - 정재영(小石)

    

실눈 뜨고 들으면

춘란 자라는 소리도 보이는데

열두 해 묵은 주목의 속울음을

지나는 바람소리라 하는가


가지 사이로 빠져나간 날들의 덧없음에도

이슬 맞고 자란 나무라 하여

누가 풀잎이라고 하겠는가


이 뿌리 하나 살리려 잠 못 이루며

하얀 그림자 드리우고

촛불 밝혀 새울 때에


붓을 든 마음 쉬고자 풀어 씻어 놓으면

먹물로 강을 이룬 마음 가두어 놓지 못하니

내일 쓸 큰 붓 다시 매어 벽에 걸어 놓는다

 

 

♧ 지상에 붓 한 자루 -소평(少平) 선생 말하기를 - 이수익


내 붓은 어디 있는가?

단 하나뿐인 묘법(描法)을 풀어 낼

내 붓은 지상 어디에 있는가?


일천 개의 붓을 버렸어도

끝내 답이 오지 않는

답은 있어도 결코

스스로 제 모습 드러내지 않는,


저 캄캄한 화두를 면벽(面壁)하라.


마침내

청이 아버지 그 날 눈 뜨듯 번쩍

그렇게 답은 왔으니--

오오, 초필(草筆)

가슴을 치고 싶은 붓 한 자루여.


그러나 그 붓 내 마음과 연줄이 맞으려면

기다리며 눈 맞추는 시간 또 있어야 하리.

참고 참으며 그 순간을 기다려야 하리.


지상에 단 한 자루의

초필, 그 위로

두둥실 이 마음 실을 때까지.

 

 

♧ 붓을 빨다가 - 김시천

 

붓글씨 쓰는 재미

모양내는 일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시커먼 먹물 다 빠질 때까지

맑은 물에 헹구어

다 쓴 붓 걸어두는 재미

그만이구나   


언제인가

다 쓴 붓처럼

내 한 몸 걸어둘 날

 

 

♧ 자화상 1 ․ 붓16 - 손인식


가을걷이한 논길

홀로 가는

나는,

붓 한 자루 쥔

허허로운 가난뱅이


그러나

굽이굽이 돌아 갈 길엔

먹빛 신화가 있어

이끄는 선현이 많아서

마음의

붓 한 자루 쥔

허허로운 백만장자

 

출처 : 부처님께 올리는 붓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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