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오름에 오르는데 어디선가
썩은 오줌 냄새와 같은 심상찮은 향기가 흘러 찾아본즉
바로 범인이 사스레피나무 꽃이었다.
자라는 장소에 따라 2월부터 향기를 흘리는 나무도 있다.
늘 푸른 나무이면서 꽃이 피지 않을 때는 깔끔한 편이어서
화환을 다루는 화원에서 베어다가 긴요하게 쓴다.
사스레피나무는 쌍떡잎식물 측막태좌목 차나무과의 상록활엽 관목으로
바닷가나 산기슭에서 높이 1∼3m 정도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혁질(革質)이며 타원형 또는 넓은 바소꼴로
위를 향한 둔한 톱니가 있으며 겉면은 윤이 나고 뒷면은 옅은 녹색이다.
꽃은 단성화로서 4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은 흰색이며 열매는 장과(漿果)로 12월에 자줏빛이 섞인 검은색이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재목은 세공재로
가지와 잎을 태운 잿물은 염색재료로 쓴다.
♧ 3월의 하늘엔 눈물이 없다더니 - 홍윤표
온 몸에서 신열이 난다
온 몸에서 두드러기가 인다
절기 잃은 사철나무
온 몸이 가려운 줄도 모르고
그저 단잠에 취해 토담만 쪼아먹는다
채마밭 빈터에 씨를 뿌린다 봄을 뿌린다
어머니가 땅에서 거두었던 종자를 물에 불리고
하늘에서 거두었던 열매를 땅에 불리면서
비워 둔 자리에선 원시의 꿈을 꾼다
입술이 까칠한 삼월이다
정작 3월의 하늘엔 눈물이 없다더니
오늘은 약비 대신 눈이 내려 살을 데웠다
온 몸에서 신열이 난다
온 몸에서 허기진 뽀라지(腫氣)가 난다
겨울은 벌써 임종을 거두었다
태를 잘라낸 갓 난 봄빛 찾아 외출하는 당신
겨우내 입었던 정 깊은 니트옷
한 올씩 벗겨내고 싶었다
♧ 삼월의 가지 끝에 - 조재영
목련이 피기 전에 당신이 왔다갔다 밤사이 비와 함께 왔다갔다 삼월의 가지 끝에 나를 묶어두고 갔다 잠을 깨면서부터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 겨울이 오려는 것일까 생전 처음 보는 겨울, 봄이기도 했다가 가을이기도 한 겨울, 당신이기도 했다가 당신의 메타포이기도 한 겨울, 고개 저으며 가지 끝에 매달려 오래도록 울었다 가까스로 눈을 뜨려하자 당신의 하늘이 조금 보이는 것도 같았다 내 머리에 손을 얹고 환한 빛을 비추는 당신 잃어버린 내 이름을 불러주는 당신 아, 이제 눈을 뜰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다 당신이 오다니 목련나무 몽우리마다 입김을 불어넣고 당신이 왔다갔다 밤새 비를 맞고 서 있다 갔다 삼월의 가지 끝에 나를 묶어두고, 아무도 모르게
♧ 삼월의 소묘 - 채상근
회색 보도블록을 따라 길을 걷는다
쓸쓸한 삼월의 황사 바람이 따라오고
바닷가 작은 도시의 건조한 건물들
뒤돌아보면 무의미한 무색의 세월들
콘크리트 건물을 집어삼키듯
오래된 건물을 부수는 포크레인의
붉은 집게 같은 날 끝으로 바람이 분다
건널목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나는 한참을 바라본다
흰줄 그어진 건널목을 건너듯
한 줄을 건너 띄고 싶은 푸른 생각들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 속에서
꿈틀거리듯 엉켜있는 녹슨 철골들
언젠가는 세월이 나를 무너뜨릴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녹슬어 가는 생각들
완성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삼월은 쓸쓸히 바람 속을 걸어간다
♧ 삼월 한 달 - 이향아
삼월엔 온갖 바람 죄다 불었다
이 한 달을 살아 내기가
겨울 석 달 넘기보다 힘이 들었다
일 년 두고 늙을 것
요 며칠 몸살에 다 끝내고
무섭다
들끓는 수십 년 내 속의 삼월
삼월의 시작과
삼월의 이별
눈물겨운 못잊음과
아픈 변절을
누르고 눌러 숨어 지낸다
나는 이대로
봄을 만나지 못하겠지
만나지도 못한 채 보내기만 하겠지
떠나는 사람 잦아드는 오열도
내 죄려니 여기며 참고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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