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6월 26일 목요일 갬
요즘 얼마 없어 정년퇴임을 맞을 선생님 옆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아직도 4H클럽을 담당하고 있어 새삼스럽게 옛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네잎다리 클로버의 우리 깃발은/ 순결스런 청춘들의 행운의 표정
지덕노체 네 향기를 담뿍 싣고서/ 살기 좋은 우리 농촌 우리 힘으로
빛나는 흙의 문화 우리 손으로'
노래는 이미 배워놓은 상태이고 빨리 중학생이 되어 형들과 같이
4H구락부에 들어가 재미난 활동 많이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날을 보냈다.
드디어 봄이 되어 중학교에 입학하고서 가입했는데, 첫 사업을 위해 목장에
가서 고삼(苦蔘)을 캐어 약초로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일에 참가했다.
그 때 나는 매우 체격이 왜소하였기 때문에 도시락을 모아놓고 지켰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으려니 심심하고 배가 고파 도시락을 하나하나 열어봤다.
그 중 먹음직한 삼치 반찬이 있어 조금 맛본다는 것이 거의 먹어버려 문제가 되었고
이후 키가 커지고 몸이 조금 나아지자 ‘삼치고기 먹고 속풀렸다’는 설이 나돌았다.
고삼(苦蔘)은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도둑놈의지팡이, 너삼 등으로
불리며 양지 바른 풀밭에서 80∼100cm 정도로 자란다. 6∼8월에 가지 끝에 20cm
정도의 꽃줄기가 나와 나비 모양의 연한 노란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핀다.
한방에서 뿌리 말린 것을 고삼이라 하는데, 맛이 쓰고 인삼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 장마철 여행 떠나기 - 목필균
며칠을 두들겨대던 빗줄기 끝에
장마는 잠시 틈을 내어 쉬고 있었다.
밤새
길 떠날 이의 가슴엔 빗소리로 엉겨든
불안한 징조가 떠나질 않더니
설핏 잦아든 빗소리가 반가워
배낭을 메고 나선다.
차창에 비치는 산야는 물안개에 잠겨
그윽한데
강줄기에 넘치는 듯 시뻘건 황토 물이
맑고 고요한 물보다 격정을 더하게 한다.
수많은 토사물이 뒤섞여 흘러가는 강물
그 속에 일상의 찌꺼기도 던져 보낸다.
미련없이.
♧ 장마 - 김진학
비 내리는 날은 몹시도 서러워
몇 날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한나절이면 지겨울 그 햇볕 그리네
비 그쳐도 그날이 그날인 것을
그래도 비 내리면 몹시도 서러워
빗물에 고개 숙인 꽃들을 보네
가버리면 그만인 초라한 삶에
무슨 연유로 한(恨)은 또 생겨
나도 가면 볼 수 있을 비오는 하늘 위
그곳이 그리운 건 너 때문인가
망할 놈의 장마는 땅에만 지지
무슨 죄가 많아 가슴엔 지나
♧ 장마 - 강희창
바깥은 온통 빗금 투성이다
뜨거운 욕망을 숨긴 울매미처럼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은신처로 빨려 들어갔다
전선은 종잡을 수없이 이동 중
막하 섣부른 선택은 금물임
비는 앙가픔이라도 하듯
본디 욕심 이상 쏟아 부었다
반발하는 우울 두 분자 분노 한방울
낮은 곳을 찾아 어디든 강림하사
쓸어가야 할 것은 모두 쓸어 가야지
터전을 잃고 쓰린 가슴속 까지도
비는 이미 분별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시계추는 물을 먹은 듯 무거웁다
나름의 기대치는 승산이 없지
갈증은 습습한 틈바구니에 웅크린 독버섯처럼
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든 인내는 전선 뒷전에서 종종 걸음 중
은신처에 탐난 욕망들은
쨍하는 햇살이 장막을 가르자
원래 모습으로 단숨에 복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과장은 심해지고
아무리 잃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아무도 못 넘볼 배짱 한 움큼이라도….
하지만 벌써 모두 잊기 시작한다
♧ 장마와 어머니 - 신지혜
여러 갈래의 몸으로 서있다 어머니 잿빛 치마폭 같은 바람 속,
줄무늬눈물 서있다 때로 어머니 구멍난 가슴 열쇠처럼 햇살
꽂힐 때까지, 어머니 주룩 주룩 무너진다 세상을 덮는 비애
의 조각조각 꿰매진 일명 퀼트, 바느질 가게에도 빗줄기 여
윈 다리를 꺾어 문턱을 넘는다 어둠이 딱딱하여 부술 수 없
는 밤에는 어머니, 낡은 상처 한 장씩 꺼내 안감과 속감 두
텁게 누비며 탈주의 길을 만든다 길 안과 밖, 무겁고 은밀한
기억까지
저 아득한 하늘 어떻게 다 가둘 수 있을까 이불 위로 삐뚤
삐뚤 절망의 실이 풀린다 저잣거리 잡상인으로 머리칼 다 빠
지도록, 생목숨 둥글려 만든 똬리위에 무거운 근심을 얹고 또
그 위에 허공을 얹고 어머니, 허리춤에 매달린 전대 속에서 묵
직한 어둠이 절랑거리고 허기처럼 솥뚜껑을 두들기는 한여름
기인 장마, 生의 장작불이 생각의 조각조각을 태워버리면 빗
속에 흩어지는 풍경(風磬)소리처럼 번져가는 물방울의 시간
어머니 각진 시간들 모아 모서리를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싯푸른 강 하나 바늘귀를 통과한다 어머니 발자국 지워가는
물줄기, 낡은 지붕 처마 끝에 매달려 환히 빛나는 수천의 몸들.
은뿌리 서 있다
♧ 장마 개이고 - 추명희
장마 개이고
창밖으로 엿장수 가위소리 지나가는
주일 아침
멀어져가는 가위소리를 부르며
팔아 버릴 물건을 찾아
마음의 곳간을 열어 봅니다.
올해도 지난해도
거지로 살았습니다.
뒤꿈치 다 닳은 나의 사랑.
꺼져 있는 등불
내 헛간과 벽장과 광마다
그득그득한 고집도
몽땅 들어내 팔아 버리고 싶습니다.
강냉이 한 사발 대신
세상 처음 만나는 햇살이나
하나 가득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 Patti Page 노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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