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하는곳

[스크랩] 비양도 현무암과 땅채송화

ehkoang은희광 2008. 6. 30. 19:32

 

 ▲ 2008년 6월 18일 수요일 비


오늘 2교시, 신임교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연구수업을 보았다.

나는 교사 채용시험에 합격한 후, 졸업 직후인 2월 말에 수업을 해 보이고 들어왔는데

선생님은 기간제로 근무하면서 그냥 한 번 통과의례처럼 치르는 것이다.

도서실에 따른 특별실에서 행해졌는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했다.


양쪽에 화면을 띄우고 마음대로 사용되는 성능 좋은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은

젊은 선생님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어 파워포인트와 실시간 인터넷을

마음껏 운용할 수 있어서 온갖 동영상과 자료화면까지 많이 준비해 막힘이 없었다.     

지도안도 좋고 임기응변까지 뒷받침 되고 보니, 일부 기성교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초임 시절, 나는 연구수업이라면 기를 쓰고 쫓아다녔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공립학교나 전통 깊은 사립고에 연구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참가 평가회와 허심탄회한 토론이 이어지는 뒤풀이까지 마쳐야

집에 돌아와 내게 주어진 조건과 학생들을 위하여 어떤 수업을 펼칠까 고민했었다.

     

평가 시간, 모두들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지만, 내 막내아들보다도 어린

이 여선생님에게 은퇴가 멀지 않은 나의 노하우를 전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둠 활동 수업에서 산만하지 않게, 효과적인 토론과 발표를 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교육은 3위1체가 이루어져야 원만한데, 학생들의 성향에 맞추려다 보니

갈수록 어려워진다.

    

 

♧ 독도 - 도종환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 돌나물 - 반기룡


노오란 꽃이 핀 돌나물을 보았습니다


바위틈에서 의젓하게 돋아나는 모습이

강하고 끈질긴 그대의 정신처럼 느껴집니다


비바람에 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세상풍파에 간단히 멍들지 않기 위하여

바위틈에 사알짝 몸을 숨긴 듯합니다


그 틈에서 올망졸망 뿌리 내리며

밀착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니

마치 그대 사랑의 언어가

나를 향하여 별처럼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거센 비바람 몰아쳐도

봄의 옹알이를 하며

별을 닮은 노란꽃 피우는 당당한 모습이

그대가 곁에 있는 것처럼 든든합니다

 

 

♧ 바위채송화 - 김내식


뜨거운 햇빛에 금이 간 바위의 상처

바람 속의 먼지가 날아 내린

절망의 구덩이에 씨앗이 떨어져

외로운 이들끼리 서로 돕는다

 

먼지는 바위의 풍화를 막아주고

꽃은 먼지를 씻어내는 비를 막아 보호한다.

무심한 바위도 뿌리가 미끄러질 때

약한 손을 잡아주며 위로한다


밤마다  바다위에 날아 내리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기도하여

꽃피우는 소망을 이루어 내는

기적의  현장이다


배부른 갈매기 우연히 날아가며

찍- 하여 물똥을 갈겨주니

양식에서 나오는 냄새가 고약하여

얼굴이 노랗게 핀다

 

 

♧ 그대의 고향 - 편부경

    

서도에 앉아 시를 적는다

섬은 넘어질듯 가파르지만

가볍고 둥글게 불어오는 바람

물결에 섞인 어미 갈매기

울음은 애절하거나 사랑이다

물골 가는 구백계단 넘어간 사람들 뒤로

땅채송화 현기증에 꽃망울이 터진다


어민숙소 방마다 새끼 갈매기

시체로 누워 바람에 마르고

언제쯤 누가 덮다 두었을까

구석진 방에 이불 몇 채

눅눅한 뒤척임이 메말라있다


갯바위 엉설에 작은 목숨들

여기는 진정한 너희의 고향이다

나의 나라 동쪽 땅이다


눈을 들면 하늘과 맞닿은

수평의 너울춤으로 다가오고

이백 리 뱃길 따라온 갈매기들

날개도 쉬지 않고 섬 밖에서 섬을 나른다

서도는 나에게도 어미의 품

곰팡이 슨 난간에서

백년 같은 십여 분을

안겨서 졸았다

 

 

출처 : 비양도 현무암과 땅채송화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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