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6월 15일 일요일 비 온 뒤 갬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는다. 오늘 탐문회 회원 40여 명을 모시고 구좌읍 답사 가는 날인데, 어쩔 수 없이 궤도 수정을 해야겠다. 빌어놓은 버스 기사에게서 전화 왔길래 무조건 나오라 해놓고, 또 사업이사에게도 비 안 맞힐 테니, 문의 전화 오면 우산만 들고 나오라 전하라 해 놓았다. 8시 반이 지나면서 비가 어느 정도 그쳐 우산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기획된 답사는 해야 한다는 나의 신조를 믿고 44명 전원이 나왔다. 첫 번째로 지미봉 오름 오르기로 한 것은 취소하고 대신 만장굴로 갔다. 이번 세계자연유산의 하나로 등록된 후에 새롭게 단장해 놓았으나 조명이 좀 어둡고 1km에 걸친 탐방로가 너무 단조롭다. 지난 2월 강원도에 있는 환선굴에 가 보았는데, 굴까지 이르는 산악 풍경이 좋고 석회암 동굴이어서 올라갔다 왔다를 반복하며 물소리도 듣고 종유석을 비롯해 석순 등 볼거리가 많았고, 조명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번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 동굴계에서 유일하게 개방된 굴인데, 관람객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장굴에서 나온 일행은 옆의 미로공원에 갔다. 통로가 좁고 단조로운 편인데 가족끼리 놀러와 길을 찾으며 즐기는 코스로 적당하겠다. 점심식사 시간을 재조정하느라 전화를 걸며 신경 쓰다 보니, 차분히 길을 찾지 못해 한참 동안 헤맸다.
시흥리 해녀식당에서 점심으로 시킨 조개죽이 너무 좋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칭찬한다. 해안도로를 통하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오다가 토끼섬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황근 자생지로 이동 식물 공부를 하였다. 아직 문주란은 피지 않았고 물이 빠지지 않아 건너가지 못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세화 민속오일시장으로 가서 구경을 하였다. 바람이 세서 해산물은 싱싱하지 않았으나 시골 순대에 소주 한잔은 오랜만에 먹는 별미였다.
오다가 구좌읍 행원리 풍차발전소 해안에 들렀다. 오며 가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풍차와 주변 풍경이 너무 좋아 기념 촬영을 하며 모두 즐거워했다. 특히 센 바람이 불어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나 부서지는 물보라가 너무 멋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동복리 체험 어장. 파도 때문에 물이 써진 않았으나 그런 대로 고동과 게를 잡고, 나머지는 해녀식당에서 문어를 삶고, 소라를 시켜 소주 한잔으로 무사히 답사를 끝냈다.
♣ 잇꽃(홍화)은
잇꽃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홍람(紅藍), 홍화(紅花), 이꽃, 잇나물이라고도 한다. 이른 아침 이슬에 젖었을 때 꽃을 따서 말린 것을 홍화라 하여 한방에서 부인병, 통경, 복통에 쓰며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유(燈油)와 식용으로 하였고, 종자에서 짠 기름에는 리놀산(linolic acid)이 많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과다에 의한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
높이 1m 내외로 잎은 어긋나고 넓은 바소꼴이며, 톱니 끝이 가시처럼 생긴다. 꽃은 7∼8월에 피고 엉겅퀴같이 생겼으나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이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총포는 잎 같은 포로 싸이고 가장자리에 가시가 있다. 열매는 수과로서 길이 6mm이며 윤기가 있고 짧은 관모가 있다. 종자는 흰색이다.
이른 아침 이슬에 젖었을 때 꽃을 따서 말린 것을 홍화라 하여 한방에서 부인병·통경·복통에 쓴다. 홍화를 물에 넣어 황색소를 녹여낸 다음 물에 잘 씻어서 잿물에 담그면 홍색소가 녹아서 나온다. 여기에 초를 넣어서 침전시킨 것을 연지로 사용하였으며, 천이나 종이 염색도 하였다. 또한 이집트의 미라에 감은 천도 이것으로 염색한 것이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유(燈油)와 식용으로 하였고 등잔불에서 얻은 검댕으로 만든 것이 홍화묵(紅花墨)이다. 종자에서 짠 기름에는 리놀산(linolic acid)이 많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과다에 의한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중국, 이집트, 남유럽,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재배한다. (‘네이버 백과’에서)
♣ 저, 아찔한 잇꽃 좀 보소 - 박규리
보따리 풀어놓고 어둔 방안에 앉은 당신을 보니 참말로 가슴이 무너져내리네 그동안......어찌......살았는가......다 접어둠세...... 새끼들 두고 도주한 자네 심정 생각하면 그 사연 소설 몇 권 안 되겠나 피차 누굴 원망하겠는가 내 죄 더 큼세 저 꼼지락대는 것들 눈앞에 감감하여 농약병도 깊숙이 넣어둔 지 나도 꽤 오래네 자네 없이 살아보니 말이네만 내 속이 깊지 못했네 축사를 덮는 골판 지붕에도 왜 있잖은가 푹푹 골이 잘 져야 빗물이건 눈물이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던가 제 몸의 골도 잘 파여야 하다못해 지나는 바람 한줄기 편히 흘러내리지 않던가 긴말 할 것 없네 몇 년 사이에 골 깊어진 이맛살을 보니 이녁 마음살도 터졌네...... 한잔 더 하려고 들고 온 술인데 잘 되었구만 쭉, 드소! 암말 말고 눈물바람도 치우고, 저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물 스미듯, 맺힌 맘 모진 세월 휘이휘이 가슴팍 아래로 흘려내리소 자, 자 이쪽 툇마루쪽으로 좀 나와보소 아, 눈물에 부대낀 만큼 파이고 낮아 지지 않는 세월 봤는가......저기, 아찔한 연분홍, 잇꽃 부푼 것 좀 보소
♣ 별의 여자들 - 김선우
태양의 흑점이 커지던 날,바람이 사라졌다
내가 도달한 다른 우주의 문은 찬바람이 걸어간 산길이었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 나는 지구 몸속의 다른
별에 들어섰다 내 몸속에 내가 모르는 다른 우주가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화창하게 갠 날이 저녁 가까이로
찾아왔다 화창한 날 저녁엔 목숨들이 하루살이처럼 가볍게 날고,
수많은 물고기 뼈들이 공중을 헤엄치며 아무 데서나 사랑을 나누었다
내가 셈할 수 있는 인간의 시간 아득한 저편으로부터 별의 여자들은
내내 이곳에서 살아왔다 잇꽃빛 번지는 노을 속에 여자가 그늘을
묻는다 여자의 푸른 유방에서 죽은 별들이 흘러나왔다 여자가 텅 빈
우주를 자궁 속에서 꺼낸다 지구 표면으로 통하는 모든 문 위에 붉은
부적을 걸고 싶은 날, 내 몸에 묻어 온 독기에 찔러 여자의 손이 자꾸
허공을 짚는다 둥글고 푸른 별의 생장점이 꼬리를 끓고 흘러갔다
나는 속죄의 말을 찾지 못했다
구불구불한 꿈을 한없이 걸어 서늘한 산길이 걸어 나온다
인간의 마음이 저물고 내 몸 깊숙한 곳의 뼈들이 오래전 은하수의
수로를 따라 흘러간다 화창하게 갠 날에 가벼워지는 목숨들, 화창한
저물녘에 별의 여자들이 자기 몸을 비우고 또 비운다 텅 빈 여자의
중심, 지구 몸속의 또 다른 별에서 지구가 눈물 한 방울로
♣ 따뜻한 편지 - 곽재구
- 바람에게
당신이 보낸 편지는
언제나 따뜻합니다
물푸레나무가 그려진
10전짜리 우표 한 장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낸 이와 받는 이도 없는
그래서 밤새워 답장을 쓸 필요도 없는
그 편지가
날마다 내게 옵니다
겉봉을 여는 순간
잇꽃으로 물들인
지상의 시간들 우수수 쏟아집니다
그럴 대면 내게 남은
모국어의 추억들이 얼마나 흉칙한지요
눈이 오고
꽃이 피고
당신의 편지는 끊일 날 없는데
버리지 못하는 지상의 꿈들로
세상 밖을 떠도는 한 사내의
퀭한 눈빛 하나 있습니다.
♣ 빛깔을 얻기가 쉽지 않다 - 진태숙
해주 산 홍화가루에
갈고리 가시털의 도꼬마리잎을 누른다
새파랗게 오른 숨이 잘 가라앉지 않는 가시
내 몸에서 들어올린 힘을 내려논다
가시의 살 한 점도 끌어내
가시의 피 한 방울도 끌어내
꾸욱 누른다
규합총서 어디에도 없는
도꼬마리 시간까지
홍화가루에 삭혀내어
반하도록 우려내는 어머니비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힘이 나간 자리로
아리고 쏘인 가시의 성정이
가슴 밑 속살까지 쑤셔오는, 하루가 짧은
♣ 비굴한 축배를 위하여 - (宵火)고은영
가슴에 머물러 짓이겨지는 사유를 보며
경계 넘어 문을 찾아도 문이 보이지 않는 까닭
그러기에 지난밤 가슴을 열었을 때
아름다운 시어들은 현란한 몸짓으로
맑은 은하수 강물에 은유의 비늘을 세우고
생명을 노래하는 치어가 되어 눈부신 유영을 했다
아둔한 내 기억의 회로가 아침이면
두통으로 오는 고장 난 기계처럼 어두워지고
신축성에 달관 된 내 사고는
낮이면 한 섬이나 되는 배부른 우울을 띄워도 수신인이 없다
차라리 우리 인생이
난전에 파는 천 원짜리 때 수건만큼도 어떨 땐 못한지라
목 울 대에 모든 핏줄이 일제히 일어서서
진창으로 젖어들고 공갈빵처럼 속 비어 살아도
돌이킬 수 없는 건
슬픈 얼굴로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조차
지금은 그리움으로 다가선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굴하고 나태한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내 모습
계절의 아름다운 깊이만큼 절명할 통곡이 아니어든
어찌 인생이 보잘것없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붉은 홍화 같이 꽃 피우는 그것은
변명 없는 사랑과 회고의 그리움
한번 가면 다시 올 수 없음을 알면서도
타성에 젖어버린 소극적인 나의 빈곤한 인생
마지막 남은 존재의 가벼움을 연민하여
무엇을 그리며 또 무엇을 바라기에
단단하지 못한 외줄에 인생을 곡예 하며 사는 것인가
인간의 성향이나 기본 구조는
어차피 회고를 통한 자기 성찰이 필수인 것
모난 시간마다 허덕이며 나는 다시 또 비굴해지고
스스로 삿대질하는 견딜 수 없는 모멸감
언제면 내가 죽어 널브러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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