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6월 13일 금요일 맑음
오늘 한 일 중에서 그런 대로 뜻이 있는 일은
종친회 카페를 만든 일이다. 한 30여 년은 됐지, 아마.
따로 입도(入島)한 중시조 이하 같은 종친끼리 연합하여
하나로 된 세보를 만들면서 종친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종친회보도 만들고 편집 일을 맡아서 해오다
금년 초부터 부회장이란 감투까지 쓰게 되었으니 출세(?)한 셈이다.
책을 만들면 50대 이후 어른들이 주로 보고 젊은 종친들이 안 보니
회장께서 카페를 만들어 모든 소통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하였다.
생각해보니, 예산을 들여 책을 내는 것보다 그게 낫겠다 싶어
정작 대답을 하다 우선 뼈대만 세워 놓는다고 만들어 중시조님의 영정만
대문에 크게 걸어두고 사진과 원고는 차차 찾아 올리기로 했다.
오늘은 어제 한라수목원에서 찍은 노랑어리연꽃을 올린다.
노랑어리연꽃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마름나물’, ‘노랑이’, ‘금연자’, ‘행채’, ‘연엽행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늪이나 못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초인데
식용하기도 하며, 7~9월에 오이꽃과 비슷한 모양의 밝은 황색으로 핀다.
♧ 어리연꽃 - 김종제
진흙의 연못 속에서
한 시절 보내신 어머니
머리에 빗질할 틈이 있었겠느냐
치마저고리 가다듬을 새 있었겠느냐
일천구백에서 이천까지 오가며
등에 쇠를 지고 머리에 바위를 이고
손으로 가시 많은 나무를 잡아끌며
부서진 다리를
목만 내밀고 물 건너 왔는데
비는 가슴을 치고 바람은 얼굴을 때리고
날은 죽어라 하고 어두워지는데
가위로 함부로 찢어놓은 생을
달빛 한 점으로 들고 계셨다고 한다
이놈의 세상은 또
흙탕물 속에서 꽃 필까 두려워서
눈 감게 하고 입 틀어막고
귓가에 지저귀는 새 소리만 들려주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도 못하시고 아침부터 챙기시는
그때 어머니가
손이고 발이고 젖가슴까지
어디서고 잘도 견디고 참아낸
어리연이었음을 뉘가 알았겠느냐
어머니 그 속에 나 있었을 때도
어리연꽃 피면 그렇게 좋아했다고
♧ 고담사 마애불입상 - 목필균
온몸에 청태가 앉도록
누워보지 못한 정진의 천년
부처님 동공에 각인된
천왕봉이 구름 위에 있다
비구름 내려앉아도
천축으로 가는 길 보이는 곳
묵묵히 내려다보던
천년 마애불 품안에
먹물옷 하나
고단한 날개 접는다
칡넝쿨로 뒤덮인
모진 상념 줄기들
자르고 버리고
비우고 채우면서
끝없이 돌아온 고행길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오직
스님다운 스님 되자는
원 하나로 기도하는 도량에는
백련 어리연이
햇살 품어 영글어 가고
중생들 귓가로 찾아가는
심진스님 찬불가는
굽이굽이 준령을 넘더니
어느 새
넓은 연잎에 은구슬로 구른다
♧ 여름연못 - 송영희
연잎 몇 장 물 위에 떠 있다
밑으로는 빽빽이 잔뿌리 얽혀 있어도
속 물살, 뒤척이며 몸을 떨어도
연잎들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머니의 생이 그러셨다
굽이굽이 세월의 소용돌이에 시달리셔도
언제나 물 가운데 연잎이셨다
봄여름 가을 겨울 온몸으로
바람 다독이시며
억센 갈대 잎 사이
가만히 가만히 물살 잡아 놓으셨다
하나 둘 꽃잎 피워 놓으셨다
그리고 이젠 하늘까지 두 팔로 안으시고
저렇게 명경(明鏡)이시다
♧ 그대 곁에 있으면 - 강희정
곁에 있으면 사랑스러운 사람
멀리 있어도 그리운 사람으로 남고싶다
그대 사랑할 땐 불나방처럼 혼을 태워서 사랑하고
언제까지나 그대의 그림자 되어 그대의 노을이 되고싶다
그대와 별리가 있을 때는 같은 하늘아래 사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소라 산 넘어 가는 구름이 비되어 내릴 때
연못에 있는 부레옥잠 위에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볼?
나 그대인줄 알리라
사랑하여서 나는 행복 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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