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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치악산 상원사

ehkoang은희광 2007. 11. 9. 21:33
인간을 부끄럽게 한 꿩과 구렁이
▲ 상원사를 찾아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와 있었다.

▲ 입지적 조건 때문인지 오솔길보다 조금 넓은 소롯길에 오똑하니 서 있는 일주문.
ⓒ2003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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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앞 산죽 나무숲에서 솟는 쌍용수란 약수샘으로 맑은 물줄기는 산아래 성남마을까지 이어지며 상원계곡을 이루고 있다.

한문으로 쓰는 치악산(雉岳山)에 쓰여진 '치'자는 꿩 치(雉)자다. 산 이름을 보면 그 이름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우여곡절이 있다. 산형에 따라 이름이 부여되는가 하면 전설이나 유래에 의하여 또는 기념할 만한 특정 사건이 계기가 되어 산 이름으로 고착되는 경우도 있다.


물 맑고 산세 좋은 강원도 원주의 이름 모를 산에 입산하여 수도하던 어느 선비는 산길을 걷다 새끼가 태어날 알을 품고 있는 꿩을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화살로 쏘아 죽임으로 꿩의 생명을 살려 주게된다.

▲ 가을색 배경에 그려진 듯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2003 임윤수
꿩을 구해준 선비는 날이 저물어 잠자리를 구해 민가를 찾게되었다. 나그네가 찾아든 오두막집은 공교롭게도 여자 혼자 살고 있었지만 외딴집이었기에 할 수없이 그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오두막집의 여자는 낮에 선비에게 죽은 숫구렁이의 아내 되는 암구렁이로 복수를 하기 위해 여자로 둔갑을 하여 남자를 유인한 것이었다. 장도의 산행에 피곤한 선비가 깊이 잠들자 암구렁이는 길다란 몸뚱이로 선비의 몸을 칭칭 감고 목을 옥죄며 혀를 날름거리며 잡아먹으려 했다.

잠결에 공격을 당해 목숨이 위태롭게 된 선비는 어쩔 수 없이 간절하게 살려 달라 애원했다. 그러자 선비의 목을 옥죄고 있던 암구렁이는 자신의 업보를 풀기 위해 '첫닭이 울기 전에 종이 3번 울리면 살려 주겠다' 한다.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원사라는 절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 절은 빈 절이었으니 종을 칠 사람이 아무도 없음이 너무 뻔하니 터무니없는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죽었구나.'하고 목숨을 포기한 선비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뎅~ 뎅~ 뎅~'하고 상원사에서 종이 3번 울렸다. 비록 미물이나 구렁이는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자신의 남편을 죽인 선비를 놓아줌으로써 선비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 꿩이 죽어가며 울렸을 그 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침저녁으로 치악산 상원계곡에 울려퍼질 종소리를 내는 것임은 분명하다.
ⓒ2003 임윤수
분명 아무도 없던 절에서 종소리가 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선비는 단숨에 상원사로 달려갔다. 상원사 앞마당에 있던 종 주위를 살피니 종 앞에는 선비가 낯에 구해준 그 꿩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것이었다. 자기의 목숨을 구해준 선비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꿩은 자신의 목숨은 생각하지 않고 머리를 종에 부딪혀 소리를 나게 해 선비의 목숨을 살려낸 것이었다.

꿩의 살신 보은으로 목숨을 건진 선비는 그 후 은혜 갚은 꿩을 기리기 위해 산 이름에 꿩 '치'자를 넣어 치악산이라 명명하니 오늘의 치악산이란 이름을 갖게되었다.

절 앞 산죽 나무숲에 있는 쌍용수란 약수샘에서 시작되는 맑은 물줄기는 산아래 성남마을까지 이어지며 상원계곡을 이루고 있다. 성남마을에서 3시간쯤 올라가면 그곳에 상원사가 있다.


▲ 용마바위 위에 '보은의종유래비'가 있고 뒤쪽으로 계수나무가 보인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마른 목 축여 줄 거북바위 감로수가 있으니 여기서 시작한 물이 상원계곡을 형성한 것이다.
▲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대웅전 앞 좌우 두 기의 삼층석탑(三層石塔)은 화강암으로 조성되었으며 높이는 2.9m쯤 된다. 오랜 세월 스치는 비바람에 마모된 석탑의 상륜부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2003 임윤수
지표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일상이지만 지하의 물 흐름은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은 가보다. 쪽바가지 가득한 물을 한숨에 마시니 뱃속까지 시원하다. 산을 오른다는 핑계로 흐트러진 옷매 가다듬고 마음 낮추니 다른 절의 사천왕문이나 불이문을 대신할 듯한 석등 사이를 지나게 된다. 석등을 지나 몇 걸음 더 내디디니 툭 터진 마당으로 올라선다.

올라선 정면에 세 개의 비 중 가운데 있는 '보은의 종 유래비'가 눈길을 끈다. 선비의 목숨을 살린 꿩의 보은을 기리고자 건립된 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당에 오르면 좌측이 되는 산 정상 쪽에 대웅전이 있고 우측인 계곡 쪽, 대웅전 앞쪽에 범종각이 있다.


대웅전 전면 좌측 커다란 바위에는 세 개의 비가 있고 '보은의 종 유래비' 뒤에 상부가 부러지거나 잘려진 듯 뭉툭하게 고목된 침엽수의 나무가 있으니 이 나무가 계수나무라 한다.

▲ 상원사에선 산신각이 있는 곳 가을색이 제일 진하였다.


종이 울리면 살려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은 암구렁이는 비록 미물이지만 신의를 하찮게 여기는 인간들에게 인간다운 신뢰를 구축하라고 가르칠 듯하다.

용마바위라고 하는 커다란 바위 뒤쪽에 있는 계수나무는 40m나 되는 벼랑에 서 있다.
▲ 독성각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선 치악산의 '악'자가 연상되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빙 둘러 자리하고 있는 독성각과 산신각
치악산 상원사는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무착조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세운 절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창건이래 도선국사, 나옹선사, 월봉, 위학, 정암, 해봉, 삼공선사 등의 고승들이 수도를 하였다는 역사 깊은 도량이다.


30여년 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대웅전 앞 좌우 두 기의 삼층석탑(三層石塔)은 화강암으로 조성되었으며 높이는 2.9m쯤 된다. 오랜 세월 스치는 비바람에 마모된 석탑의 상륜부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출처 : 치악산 상원사
글쓴이 : cp 잭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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