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6월 2일 월요일 흐림
초하루를 일요일로 맞고 보니 왠지 머쓱한 느낌이 든다.
일요일, 행사를 끝내고 그냥 헤어지기가 섭하여 막걸리 한 잔으로
뒤풀이를 하자던 것이 노래방까지 이어지고 집에 가서
샤워를 끝내고 보니, 다시 7시 다른 모임이 이어졌다.
모이면 식사를 겸해 한 잔 하는 건, 정해진 수순인 것 같다.
중학교 동창들, 이제 환갑을 넘기고 직장에서 물러나 있어 그런지
패기도 사라지고 매사에 소극적이 돼 버렸다. 이번 주 일요일에 있을
비양도 답사 준비를 위한 모임, 점심은 예의상 현지에서 사먹어 줘야 하는데
할머니 동창들이 돈을 아껴 마련해 가지고 가서 먹잔다. 나 원 참….
여기 올리는 흰 등심붓꽃은 5월 17일 송악산 입구의 왁자지껄 모여 있던 것과
어제 이승악에서 내려오다 만난 것,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찍은 짝들이다.
등심붓꽃은 외떡잎식물 백합목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편평하고
녹색이며 좁은 날개가 있는데 10∼20cm 정도로 자라며, 잎은 줄 모양이다.
5~6월에 청자색 또는 백자색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달린 2개의 포 사이에
2∼5개가 차례로 핀다. 작은꽃대 밑에는 작은포가 있고, 화피는 6개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타원형이고 짧은 통 같은데, 수술 3개, 암술 1개 있어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처지며 털이 없고 윤이 나며 보통 자갈색이다.
♧ 풀꽃 경전 - 이정자
한 몸에 있으면서도
머리와 가슴이 하나 되지 못하고 흔들릴 때
자연은 내 마음 밭의 경전이 된다
봄맞이꽃 별꽃 꽃다지 봄까치 꽃
긴 어둠 속 갇혀 지내다가도
언제 하느님의 호명이 있었는지
줄줄이 피어나 출렁이는 풀꽃들
하늘의 뜻 거스를 줄 모르고
불을 켜고 꺼야겠다는 그 마음조차도 없이
꽃을 피우며 길을 걷는 풀꽃의 지혜
봄비에 젖으면서도 욕심내 채우지 않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꺽이지 않는 부드러운 유연
풀꽃의 몸짓이 왜 노래인가를 알겠다
들길을 걷다보면
눈 귀 입 나의 몸이 풀잎처럼 맑아져서
그대에게도 툭, 툭, 튕겨나는
풀꽃 전언이 되는 까닭 이제야 알겠다
들녘은 이미 눈부신 초록빛 세상이다
♧ 풀꽃 연가 - 박금숙
번지도 이름도 없는
가난한 땅에
제 이름 하나 외지 못한
백치로 뿌리내린 생이여
꺾일 듯 쓰러질 듯
다시 일어서는 위태로움은
연민 없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연약함의 무기런가
그래도 강인한 심줄쯤은
움켜쥐었다고 변명처럼,
청아한 하늘 우러러
생기로운 미소 머금었구나
화려하지 않았으니
버릴 것 있겠는가
잎 진자리 눈물 한 방울까지도
메마른 땅을 위해 뿌려지리니
가볍디가벼운 삶도
무심코 짓밟혔을 설움도
거센 수마가 휩쓸지만 않으면
말뚝 같은 행운이 되리라.
♧ 별이 된 풀꽃 - 김학산
하늘 금 땅 금 긋던 인간들이 비지땀으로 빚은 술잔을 기울이며, 꽈리처럼 쉽게 터져버리는 희망을 노래하다 지쳐 잠이 든 다음에야, 대지 위엔 황홀한 어둠이 하나 둘 깃을 내립니다 천년 청동의 빛깔로
그런데, 누구일까 보이지 않는 작은 손길 하나 있어, 우주의 우물에서 빛의 두레박질이 한창입니다 바늘 눈을 가진 가녀린 풀꽃 입니다, 마른 어둠을 숨어 사르며 행간의 작은 물방울로 항상 더운 피 끓이는 꿈 덩어리입니다
자작나무 가지 끝 눈먼 새끼 새의 둥지는 바람의 작은 거룻배인가, 비상하지 못하는 창문 안쪽으로 한사코 흔들리는데, 칠흑 대지 위엔 어느 듯 향기 가득한 뭇별들의 문안 인사 입니다
선생님! 보십시오 속살이 환히 드러나는 들판 가득 뭇별들이 무량대수로 돋아나고 있습니다 파랗게, 빨갛게, 노랗게... 오늘 밤은 별이 떨어지고 새로 돋아나는 언덕에서 한 생애를 다 살았습니다
♧ 아주 작은 풀꽃 - 김영천
향기가 짙거나
그 모양새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깊이 흠양하는 그런 꽃이 아니라
우리가 숲길 걸으며 자칫 놓치고 마는,
이름이 무어더라
이름이 무어더라
늘 조금은 그런 낯 선 풀꽃이길
바란다
철따라 화병에 꽂아두고
하루에 몇 번씩이나 엎드려 그 향기를 사모하는
그런 찬란한 꽃이 아니라
책갈피에 꼽아두고 한 몇 년은 잊었다가
문득 책을 펼치면 툭,
떨어지는 그런
아주 작은 풀꽃이길 바란다.
♬ Sunshine On My Shoulder - John Denver 외 13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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