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하는곳

[스크랩] 인동 꽃 피던 시절

ehkoang은희광 2008. 6. 30. 19:24

 

♣ 2008년 5월 30일 금요일 맑음

 

제주어 말하기대회에 나가는 두 학생을 봐주느라 시간을 쪼개고

보충 수업 2시간에다 집과 은행을 출입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옛날 한창 바쁠 때는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몇 가지

서류도 정리하고 저녁까지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저녁 8시, 1기 오름 해설사 과정 출신들의  번개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만난 수료 회원들과 진한 술잔을 나눴다.

모두 생활 전선에서 활기차게 일하며 제 몫을 다하다가

인연을 찾아 모두 모여, 지난 1년을 회상하며 얘기 꽃을 피웠다.


인동(忍冬)은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인동과의 반상록 덩굴식물로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데 5m까지 자란다.

줄기는 오른쪽으로 벋어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가며

가지는 붉은 갈색으로 잎은 마주달리고 대부분 긴 타원형이다.


5∼6월에 꽃이 피며 처음엔 흰색이지만 노란색으로 변하며,

2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수술 5개, 암술 1개가 길게 나온다.

겨울에 기온이 내려가면 잎사귀를 바짝 붙여 추위를 견디며

한방에서 잎과 줄기를 인동, 꽃봉오리를 금은화라고 하여 약용한다.


 

♧ 인동초(忍冬草) - 강위덕


밀폐된 태방에서

어둠을 밀치고 태어난

너는 인동초(忍冬草)

인내의 껍질로 물드는 소리가

하늘 가득히 휘끄레한 봄에 떤다

속살 드러낼 때

너의 거친 숨소리는

빗방울 머금은 떡잎에

봄 냄새 풍기고

콧속으로 가슴에 내리는 강물은

영원을 포갠 인동초의 길, 시인의 길


강물이 열어 놓은 하늘 밖의 하늘은

저 아래 수심이 깊다

 

 

♧ 인동초 - 김윤현 


외로울 때는 얼음처럼 엉키지도 말고

바람처럼 멀리 달아나지도 말고

스스로 겨울 속으로 들어가야지

감당하기 어려울 눈이 펑펑 쏟아진대도

뿌리가 얼 추위가 눈앞에 닥친대도

겨울이 주는 슬픔을 받아들여야지

슬픔이란 견디기 어려운 겨울 벌판 같지만

눈을 떠서 슬픔 속을 들여다봐야지

지금 기댈 곳이 꽁꽁 언 언덕일지라도

뿌리는 땅속에 묻어두고 참아야지

슬픔에 빠지지 않는다면

슬픔도 기댈만한 언덕이지

 

 

♧ 인동일기(忍冬日記) - 허영선


강이 얼었다, 종이비행기

맨발인 채

강을 건넌다


눈만 멎으면

바람 소리 풀 스치는 소리

섞이지 않는다

한사코 잠기지 않는다


발목끼리 발목 묶고

건너는 어둠은

깨어지는 법 없다


묶어 둘 수 있을까

소리들과

빈 강물과

날으는 종이비행기

 

 

♧ 인동초 - 김용락


녹색평론 독자모임 겨울 산행을 대구 인근의

비슬산에서 가졌다

겨울비 속에서 단청이 바랜 용천사 뒤뜰을 지나

산 초입에 이르자 부도탑들이 큰 반점처럼

산허리 여기저기에 박혀있었다

영생의 징표 같은 그 돌덩어리를 그냥 지나쳐

좁은 산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사람의 손이 채 닿지 않은 돌배와 다래를

따 주머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다시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걸어올랐다

누군가 인생이란 길이 없는 숲*이라고 했지만

길이 가파르고 산바람 세차질수록

나에게는 인생이란 출구 없는 욕망의 늪처럼 느껴졌다

흐린 겨울 하늘이 산골짝 깊숙이 가라앉은

그날 빗속에 전신을 맡기고

떨고 있는 풀 한포기를 보았다

마치 추위에 질린 듯 파란 얼굴색을 하고있는

그 풀잎 이름이 인동초였다는 것을

산을 다 내려온 후 나는 알았다

인동초처럼 세월을 버팅겨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았다

 

 

♬ 브람스의 음악 선물

 

출처 : 인동 꽃 피던 시절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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