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를 통틀어 유일하게 남아 계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3년째 되는 어버이날.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지
이제는 나도 어김없는 어버이로만 남아
노계(蘆溪) 박인로 선생의 조홍시가(早紅枾歌)가나
읊조리게 되었으니….
오늘 수업시간에는 어머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색동옷을 입고 저 천남성처럼 춤을 추었다는
서포 김만중(西浦金萬重) 형제의 얘기나 하면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볼까.
시집가서 위층에 살고 있는 큰딸과 사위가
평소에 효도를 잘 해주고 있으니 무얼 더 바라랴.
둘째와 셋째딸도 서울서 잘 지내주고--.
6년 동안 학교를 다니다 졸업해서 지금은
옆에 자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믿음직한 아들도 있으니.
♧ 어버이날에 - 한정숙
나의 오월 월력에도
어버이날이 있었던가
찔레꽃이 피어서
온 산이 하얗던 날
나도
하얀 옷을 입고
어머니와 이별하였다
옷깃이 스칠 때마다
떨어지는 꽃잎을 밟으며
그 길로
떠나가신 어머니
가실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일 먼저 하고
자주 뵙지 못했더니
이제는
세상 모든 것이
어머니로 다가서는 환상
카네이션 꽃으로 피어 있다
♧ 불효일기 - 이상호
― 어버이날
5월 8일, 올해도 아침 일찍 고향으로 전화를 걸었다 간단하게 전화 한 통으로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새끼들이 어서 일어나서 내 가슴에도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출근시간에 쫓겨 올해도 그냥 집을 나서다가 문득 골목어귀에서 만나는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달고 말없이 자식 자랑을 하면서 지나가시는 남의 어머니가 캄캄하게 다가섰다 5월 8일이 한없이 느린 걸음으로 내 가슴을 지나갔다
♧ 어버이날에 - 이계설
골목 가득
카네이션이 얼굴을 내밀고
사람들 가슴에 새롭게 꽃씨를 뿌린다
내일은 어버이날
이 붉은 생화가
수분을 상실한 어머니의 혈관에
얼마큼의 향기를 심을 수 있을까
가벼운 선물 꾸러미에도
아이처럼 들뜨는
하늘과 거리
그러나
꽃 한 송이의 표현 저쪽
세월이 스쳐간 주름마다
더욱 깊에 스며온 또 다른 향기
따스한 손금을 펴들고
천 년 핏줄기를 세워 가는
오늘
새삼 삼백육십오일
모두가 어버이날임을 생각케 한다.
♧ 어버이날 - 정숙자
어머니, 저는 오늘
고속버스 대합실에서
가슴에 꽃을 단 할머니 한 분 보았습니다
생전의 어머니처럼
커트머리를 하고
하염없이 앉아 계신 그 할머니는
어머니보다도 훨씬 연세가 많으실 듯 했는데요
어머니는 지금 저 세상의 사람이 되고…
해마다 해마다 꽃 한 송이
달아드리던 풍경이 맞닥뜨려
가슴 갈라지는 소리 일었습니다
조그맣고 빨간 종이꽃
두루 생화에 치이는 듯 하지만
매번 그것을 달아드린 까닭은
가뿐하고 오래 가고 옷핀도 붙어 있고
두 가닥으로 내린 고름에
"어버이 은혜 - 감사합니다" 찍힌 글자를
어머니께서 찬찬히 읽으시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조그만 꽃
언제까지고 거울 위에 꽂아두시던 어머니
쑥이파리 열리고 열려
온 세상이 다시금 훤해지지만
된장국 한 대접 바쳐드릴 수 없게 무너져버린 봄
이 땅에서 나이 먹은 모든 이들이
한 뭉텡이로 서러운 날 오늘이 그런 날인 줄
입때서야 마음 가득 깨우칩니다
어머니, 저는 오늘
고속버스 대합실에서
어머니보다 더 늙으신 할머니 한 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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