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전설 이야기

[스크랩] 더위도 아랑곳 않는 부용꽃

ehkoang은희광 2007. 9. 30. 10:45

 

아무래도 여름 꽃이라 부용화는

오늘도 찌는 듯한 하늘을 우러르며

화려하게 꽃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중국 원산으로 알려진 부용(芙蓉)은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아욱목 아욱과의 낙엽 관목이다.

요즘은 미국 등지에서 개발한 아주 작은 나무이면서

꽃이 크고 여러 가지 색을 띤 것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비가 올 듯 올 듯 하면서도 오지 않은 오후

개학을 해서 에어컨을 켠 방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서가 되어 좋은 모양인데

그 많은 전기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이 된다.


집에 에어컨은 둘이나 설치를 해 놓았는데

정말이지 더워도 한 번도 켜보지 않고 열대야를 견디고 있다.

기기의 수명을 위해서라도 가끔 켜보아야 한다는데

열대야가 극에 달하는 날에나 스위치에 손이 갈지….


 

♧ 열대야 - 우공/이문조


화산이 폭팔한다

시뻘건 용암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신작로 아스팔트를 녹인다


대지는 타는 목마름으로

갈증을 호소한다


시커먼 밤이 와도

열기는 잠들지 않는다


한낮에 지친 몸

밤엔 쉬어야 하는데


먼 길을 헉헉대며

달려온 바람개비야

너도 이젠 지쳤구나


오직 너만을 의지했는데

너도 이제 그만 쉬려므나

나도 이제 잠을 청해야겠다


돌아눕는 퀭한 눈가에

붐한 새벽이 오고 있다.


 

♧ 열대야 - 김영천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

부끄러움,


모올래 돌아 누우면

이제 속에서 치오르는 허열에

세상이 울렁거린다


다 벗어도,

명예나 권력이나

부에 대한 욕망까지 다 벗어도,


무엇이 아직 남아

내 지친 영혼을 덥히는가?


거대한 어둠조차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고

마냥 엎드려만 있는지


활짝 열어 놓은 창문으로는

너의 입김처럼

단내가 훅,

풍긴다

 

 

♧ 여름 시편. 7 - 열대야 / 최진연


지금은 열대야

찜통 서울이 나를 푹푹 찜질하는 중이야.

우림 속의 야만인 차림으로

훌훌 벗기는 열대야

야만인은 인터넷을 즐기고 있음.

찜통더위는 이 땅에 세운 신의 질서

그 여름을

에어컨 냉기로 껑충껑충 뛰어 건너는

그게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내고 있음.

속속들이 우림 속의 추장이라고?

그러나 찜통더위보다 더운

딸아이의 성화에 에어컨을 들이고 말았음.

 

 

♧ 열대야 - 나희덕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잠은 죽음의 연습,

때로는 잠꼬대가 두렵고

내쉬는 한숨의 깊이 쓸쓸하지만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이 있을까.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


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 썸머와인 - 이필원 · 박인희

 

출처 : 더위도 아랑곳 않는 부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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