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여름 꽃이라 부용화는
오늘도 찌는 듯한 하늘을 우러르며
화려하게 꽃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중국 원산으로 알려진 부용(芙蓉)은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아욱목 아욱과의 낙엽 관목이다.
요즘은 미국 등지에서 개발한 아주 작은 나무이면서
꽃이 크고 여러 가지 색을 띤 것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비가 올 듯 올 듯 하면서도 오지 않은 오후
개학을 해서 에어컨을 켠 방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서가 되어 좋은 모양인데
그 많은 전기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이 된다.
집에 에어컨은 둘이나 설치를 해 놓았는데
정말이지 더워도 한 번도 켜보지 않고 열대야를 견디고 있다.
기기의 수명을 위해서라도 가끔 켜보아야 한다는데
열대야가 극에 달하는 날에나 스위치에 손이 갈지….
♧ 열대야 - 우공/이문조
화산이 폭팔한다
시뻘건 용암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신작로 아스팔트를 녹인다
대지는 타는 목마름으로
갈증을 호소한다
시커먼 밤이 와도
열기는 잠들지 않는다
한낮에 지친 몸
밤엔 쉬어야 하는데
먼 길을 헉헉대며
달려온 바람개비야
너도 이젠 지쳤구나
오직 너만을 의지했는데
너도 이제 그만 쉬려므나
나도 이제 잠을 청해야겠다
돌아눕는 퀭한 눈가에
붐한 새벽이 오고 있다.
♧ 열대야 - 김영천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
부끄러움,
모올래 돌아 누우면
이제 속에서 치오르는 허열에
세상이 울렁거린다
다 벗어도,
명예나 권력이나
부에 대한 욕망까지 다 벗어도,
무엇이 아직 남아
내 지친 영혼을 덥히는가?
거대한 어둠조차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고
마냥 엎드려만 있는지
활짝 열어 놓은 창문으로는
너의 입김처럼
단내가 훅,
풍긴다
♧ 여름 시편. 7 - 열대야 / 최진연
지금은 열대야
찜통 서울이 나를 푹푹 찜질하는 중이야.
우림 속의 야만인 차림으로
훌훌 벗기는 열대야
야만인은 인터넷을 즐기고 있음.
찜통더위는 이 땅에 세운 신의 질서
그 여름을
에어컨 냉기로 껑충껑충 뛰어 건너는
그게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내고 있음.
속속들이 우림 속의 추장이라고?
그러나 찜통더위보다 더운
딸아이의 성화에 에어컨을 들이고 말았음.
♧ 열대야 - 나희덕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잠은 죽음의 연습,
때로는 잠꼬대가 두렵고
내쉬는 한숨의 깊이 쓸쓸하지만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이 있을까.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
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 썸머와인 - 이필원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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