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금년은 토요일이 어린이날이 돼버렸다.
두 살 터울의 아이들 넷을 키우면서 그 많은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제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저 쌀밥처럼 희게 보이는 나무를
쌀밥나무라 하지 않고 왜 조팝나무라 했을까?
아마도 꽃송이가 둥글고 빽빽해서 그런 게 아닐까?
조팝나무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야에서 자라는데 줄기는 모여나며 밤색이고 능선이 있으며 윤기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백색이며 산형꽃차례로 백색 꽃으로 덮인다.
지금 집주변 곳곳에는 이 조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대부분 꽃잎이 겹으로 되어 있는 것들인데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발한 것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하는데, 뿌리는 해열·수렴 등의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한 열, 신경통 등에 사용한다.
♧ 어린이날에 - 문정희
별 내음 나고
달 내음 나는
우리 새끼들아
엠파이어스테이트보다 더 높은 집에서
나이아가라보다 더 큰 목청으로
자유의 종 따위보다 더 뜨거이 우는
에밀레…
우리 새끼들아
옹골진 씨앗 하나 터뜨려라
세계에서 제일 매운
나무로 자라거라
불쌍한 반도의
내 새끼들아.
♧ [수필] 5월의 풀밭에서 - 장생주
참으로 오랜만에 읍내를 빠져나가 들녘의 하천둑 풀밭에 앉았다. 하늘은 티 없이 맑고 나지막이 종달새 두 마리가 재잘거린다. 눈을 감으면 고향이 보이고 고향 친구가 보인다. 그리고 멀리서 가까이서 그리운 목소리들이 들린다.
내 고향은 꽤 넓은 들녘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들녘 마을이었다. 그래서 마을을 빠져나가면 어느 쪽이고 들녘이었다. 동쪽으로 가도 논둑길이 뻗어 있고 서쪽으로 가도 논밭을 가로질러 가야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 유년시절은 들녘과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는 냇물과 그 냇가를 10리도 넘게 뻗어 나간 하천 둑에서 많이 보내게 되었다.
때로는 소꼴을 베기도 하고 때로는 소를 몰고 나가 풀을 뜯기며 우리 또래 애들과 한데 어울려 냇가에서 미역도 감고 모래무지며 자라며, 잉어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풀밭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책을 들고 나가 풀밭에 누워 종일 책을 읽기도 했었다.
이따금 개미며, 말똥구리며, 개구리나 뱀이 지나다니는 풀밭이지만 풀밭은 항상 보료처럼 포근하고 다정한 곳이요, 그저 눈만 감으면 스르르 잠이 드는 아늑한 곳이었다. 아무리 근심 걱정거리가 있다해도 풀밭에 누워 있으면 모든 근심이 스스로 사라진다.
두 팔을 쭉 뻗어 아무거나 손에 닿는 대로 풀을 뜯어보면 그리도 보드라운 풀잎의 감촉! 갓난아기의 젖살을 만지는 것만 같다. 어찌 감촉뿐인가 풀잎마다 다른 갖가지 냄새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보드라운 쑥잎에선 쑥잎 냄새가 나고 민들레에게선 민들레 냄새가 잔디잎에선 잔디 냄새가 난다.
눈을 감아도 내 식구 내 형제를 알아보듯 나는 풀잎마다 다른 그 촉감이며 그 냄새에 반해 이름 모를 풀잎을 만지기를 좋아했었다. 풀밭을 가만 가만히 살펴보면 갖가지 풀꽃들이 천국을 이루었다. 빨간 자운영 꽃이며 노란 민들레와 양지꽃, 보라빛 제비꽃이며 붉은 할미꽃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이 잔치를 벌였다.
냇가에 있는 아카시아며 찔레꽃이 덩달아 피노라면 들녘은 온통 꽃향기로 가득 채워지고 사람들은 그림 속의 주인이 된다. 하천둑엔 여기 저기 소들이 메어져 있고 되새김질을 하며 한가롭게 누워 있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진정 평화스러운 전원 풍경이 오래도록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새 해가 설풋 해지고 나면 냇물에선 물고기가 은빛 나래를 펴 보이듯 물 위로 떴다가는 자맥질을 한다. 그때쯤이면 논둑길엔 개구리들이 서성이고 풀밭엔 적막이 흐르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묵상을 한다.
하늘을 나는 작은 새 한 마리. 땅 위에 피어 있는 풀꽃 한 송이 땅을 헤집고 나온 풀 한 포기도 누가 심지도 가꾸지도 않는데 저렇게 살아 있지 아니한가? 그것들을 보노라면 어디선가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싶다.
'하늘을 나는 작은 새 한 마리.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라.'
그럴싸 그러한지 풀밭에 서면 풀들의 생리가 부럽다. 아무리 마소의 말발굽에 채이고 무지한 초동의 낫에 갈기갈기 찢기어도 화를 내거나 탓하는 일이 없다. 억수 같은 빗줄기에 사태가 나고 극심한 가뭄에 이파리며 뿌리가 고사되어가도 그들은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참고 견디어 낸다. 욕심을 부릴 줄도 모르고 시새워 남을 짓밟고 저만 혼자 살아 보려고 기를 쓰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 도우며 오순도순 정답게 한 데 어우러져 살다 무성하게 자라고 끝내 꽃을 피워 보고 열매를 맺고야 마는 게 그들의 생리다.
볼품도 없고 향기도 없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라도 눈여겨보노라면 도란도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다.그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나는 가끔 내 인간 됨이 저 하찮은 풀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새삼 어려서 즐겨 놀던 그 하천 둑에서처럼 삘기 잎을 하나 뜯어 곱게 잘라 왼손에 들고, 오른손 검지로 툭 쳐서 냇가로 쏘아본다. 풀잎 화살은 쏜살같이 물위로 떨어진다. 한 개 두 개 세 개…. 저 풀잎 화살 같은 세월.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인생.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
정녕 풀밭에 나서면 언제고 대지의 숨소리가 들려 오고 하늘의 은총과 땅의 평화가 일체가 되고 나 또한 그에 순화되는 것만 같다. 풀밭에 나서면 그들의 그 끈질긴 인내와 집념 앞에 나도 이름 없는 한 송이 풀꽃처럼 하나님의 뜻에 따라 분수껏 살면서 하나님의 뜻을 펴 보이고 싶다.
삘릴리 삘릴리……. 어디선가 풀피리를 불며 초동이 소를 몰고 가고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은 풀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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