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명자꽃이 정열(情熱)의 화신이라면
흰 명자꽃은 순수(純粹)의 화신이다.
요즘에 들어 새로운 형태의
분홍빛과 흰빛이 섞이거나
한 나무에서 다른 송이로 피는 명자꽃도 개발되었다는데--.
이제 꽃빛깔까지 조절하는 세상이 오고 보니
꽃빛깔과 피는 계절 등을 어떻게 규정할 건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지구온난화로 정신이 사나운데.
♧ 봄꽃으로 항상 봄처럼 - 오동춘
바야흐로 앞 다투어
산에 들에 봄꽃 활짝 피고 있다
그래도 예순 일흔 고개
구순 백순 고개 바라보는
인생 발길은
검은 죽음 빛이
넘실넘실 넘어오는
그 모습에
심히 안타까워 할 뿐이다
서산 가까운 인생 길에
돌아보면 먼저 간
나그네 너무 많다
동생 남매는 아주 어려서
슬픔 심어 주며 안녕! 했고
아버님 스승님도 떠나가시고
친구들도 멀리 손 젓고 갔다
살아서 이름 깨나 있던
학자 문인 종교인 정치인
경제인 의료인 할 것 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화장 짙은 얼굴로
손톱 붉게 물든 봄을 가꿔도
봄꽃 낙화되듯이
겨울 낙엽 인생 곧 닥쳐오고
주름에 흐르는 고랑물
도무지 막을 길 없다
자주 산을 씽씽 오르고
강변길을 힘껏 달리고
비싼 건강식을 먹고
수명 연장 땀을 그 암만 쏟아도
인생은 유한의 동물
죽음 빛깔
어떤 지우개도 지울 수 없다
비록 죽음 빛 몰려 와도
대담하게 대처하고
삶의 빛을 높이 쌓고
다시 사는 길
힘차게 걸어 나가면
영생의 영광이
봄꽃으로 길이 필 것이다
잔인한 세월이
희수 미수 백수를 안겨 와도
마음은 이팔 청춘으로
그 검은 죽음 빛
다 탕탕 물리치고
마음에 믿음 꽃 피우며
우리 서로서로 손잡고
높은 인생고개 훨훨
힘차게 넘어넘어
항상 봄처럼 살아가자
♧ 봄꽃이 아름다운 이유 - 이양우(鯉洋雨)
강추위를 견디어 낸
그 뿌리는
내 어머니
고통을 이겨냈기에
어머니의 모진 세파는
이 자식에겐 향기였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로 봄꽃은 고귀하군요
이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찰나
참고 이겨낸 고고함
그대여! 그대도
내 가슴에 향기로운 꽃
어머니로 굳게 서기를
♧ 내가 좋아하는 봄꽃은 - 이광녕
내가 좋아하는 봄꽃은,
서러움 감싸 안고 하늘 편지 간직한
순백의 어미꽃 목련화
돌덩이 이고 여기저기 셋방 살다
햇살에 씨뿌리는 끈질긴 또순이 민들레꽃
손수건은 하얀 바탕에 빨간 물
몰래 빈 가슴 열어주며 숨어서
입술 찍어주는 사랑 꽃 산당화,
서러울 땐 같이 울고, 보고플 땐 시를 쓰며,
맺힌 이슬방울 눈물처럼 정 많은
아가씨의 초심 붓꽃
연약한 듯 가냘프나,
어릴 적 초롱불 켜놓고 님만을 기다리는
추억의 연민 제비꽃
♧ 그대 봄꽃 되고픈가 - 정찬혜
그대 꽃 되고픈가
봄꽃 되고픈가
벌써
생의 가을
거울 앞에선 누님 같은 꽃 되어
싱싱한 물 오른 봄꽃 소망하는가
핑크빛 진달래
먼 산에 어우러질 때
살며시 슬픔이 고개 드는 것은
기다림에 사무친 그리움이 주름져
어느덧 젊음이 지는 것을 느끼기에
봄에도 내리는 세월의 서리
희끗희끗
머리카락 물들여도
마음은
들판에 흐드러진
샛노란 개나리로 피는 것을
똑 똑 똑
봄비가 눈물처럼 떨구어지는 날엔
그대 지성의 문 두드리라
연어처럼 싱싱한 비늘 돋아
저무는 세월 거슬러
봄꽃 되리니
♬ Nocturne in C-Minor, Op. po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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