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전설 이야기

[스크랩] 남산제비꽃도 서둘러 피어

ehkoang은희광 2007. 4. 13. 23:59

 

 

오늘 오후에 미친 마바람이 불더니
이곳 제주에는 기온이 21도까지 올랐다.

 

오후 3시, 백호기 축구대회 출정식을 가질 때
한 열흘 응원연습에 지친 아이들은 그래도
이번이 29년 만에 우승할 기회라고 눈을 부라리며
모두들 팔을 걷어붙여 마지막 리허설을 원기 있게 마쳤다.

 

이제 이 남산제비꽃이 핀 걸 보면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올 때가 됐나 봐요.


 

 

♧ 남산제비꽃 - 김승기(夕塘) 
 
고마웠네
잘 있게나
많은 정 들었지만
이제 떠나야겠네
서운하게 생각지 말게나
이별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나
잠시 떠나 있을 뿐
아주 가는 것도 아니잖는가
언제쯤 돌아올지는 알 수 없네
소식도 전하지 못할 것이네
그렇다고 걱정은 말게나
처음엔 그립기도 하겠지
지그시 눈 내리 감고
흐르는 강물 굽어보듯 지내다 보면
그리움도 잊어질 게야
잊었다 싶어질 때
다시 만나지겠지
꽃 피우고 지우며
여기 이 자리 굳건히 지키고 있게나
언제고 돌아올 걸세
하얀 웃음으로 보내 주게나
그래야 돌아서는 발걸음
한결 가볍지 않겠나
뒤돌아보지는 않겠네
자네도 오래 서 있지 말게나
뒷모습은 볼수록 가슴만 아프지
잘 있게나
이제는 떠나야겠네

 

 

 

♧ 제비꽃 편지 -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 흰제비꽃 소곡 - 복효근

 

 -- 소양 누님께

 

 

봄날은
흰제비꽃 시선 하나에도
발부리가 걸려 오래오래 아프다

 

잊혀져 불려지지 않은 이름들이
흰제비꽃으로 피었나
제비꽃은 지가 꽃피는 게 일이라서 피는 게 아니라
지난 겨울 긴 긴 울음이 잦아진 다음
살지 않으면 또 어쩌랴 싶어
얼굴 씻고 양지쪽에 나섰는 것이다

그렇듯 사람아
어디에든 살아서
살아서 헝클어진 머리카락 추스려 묶고
화장이라도 좀 고치고 양지쪽에 나서보렴

 

돌담 아래 쭈그리고 앉아 하릴없이
잊혀진 내가 잊혀진 흰제비꽃 이름 챙겨주지 않는다면
어디쯤은 있을 내 사람의 눈물도 하염없겠다

 

 

출처 : 남산제비꽃도 서둘러 피어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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