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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koang은희광 2013. 12. 19. 17:41

          겨울 저녁의시  ~남진우

             저녁마다 우리 집엔  안개와 함께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는 먼 나라의 이상한 소식을 하나씩 전해준다
             철새들이 가로지르는 텅 빈 하늘엔 간혹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알리는 상형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지평선을 푸르름을 지우며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가 잔잔한 음성으로 말한 것들이 모두 땅거미 속으로 스며들고 나면
             아무도 없는 집은 정적으로 붐빈다
             겨울, 대지의 관이 닫힌다  서리 내린 길 위를 허기진 개들이 어슬렁거린고
             해시계는 더 이상 마을로 가는 길을 가르키지 않는다

          죽은 자의 눈꺼풀을 쓸어내리며 다가오는 빙하기의 어둠  흰 눈송이들이 물려와

          내 의식의 빈터에 쌓이는 밤 나는 유리창 옆에 서서  어둠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를 지켜본다

 

 

 

 

 

 

       2013년12월19일 은보라빛작성